시장교환을 진정 사랑으로 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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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격이라는 문제는 사랑의 한 형태로서의 금융에 대한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첫째, 시장 가치—교환 관계 속에서 과연 사랑이 표현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채권자와 채무자가 서로와의 관계를 통해 이득을 얻고자 한다면, 둘 다 사랑에서 우러나온 행위를 하는 것일까? 둘째, 대부분의 금융 거래가 전산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았을 때, 이렇게 개인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또 다른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가격이 매겨진 상품의 판매를 통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일까? 앞에서 다루었듯이 사랑이란 다른 사람이 번영하기를 바라는 목적 그 자체로 상대를 인간으로 보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상기해보자. 따라서 위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사람은 특정 가격에 재화와 용역을 제공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번영을 늘 돕는다. 농부들이 영양가 있는 음식을 판매할 때, 이들은 소비자들의 번영을 돕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음식에 대한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말이다. 좋은 교사가 월급을 받는다고 해서 우리는 단순히 이들을 용병들로 취급하지는 않는다. 현대 경제에서 대부분의 일은 보수를 받으며, 일을 통해 생산된 재화와 용역은 특정 가격에 판매된다. 만약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사랑의 가능성을 없애는 것이라면, 사실상 사랑을 나타낼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시중 금리를 따르는 금융이 사랑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까? 이는 교육이나 농산물과는 달리 돈이 가치화되지 않는 상품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농부는 좋은 농산물을 판매함으로써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채권자가 좋은 돈을 빌려줌으로써 사랑을 나타내 보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놀랍게도 '그렇다'이다. 물론 돈 자체는 다른 돈과 비교해서 더 좋거나 나쁠 수 없다. 하지만 대출을 해주는 상황, 조건, 계약 사항 등을 통해 채권자와 채무자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대출기간, 상환 조건, 담보 조건, 위약금, 보험, 인플레이션 보호 등 수많은 조건들이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정될 수 있다. 소득 증명, 자산 평가, 실사, 융자 서류에 대한 이해도, 공정한 정보의 이용 가능성 등, 대출을 받는 것과 관련된 다른 요소들을 통해서도 배려와 존중이 실천될 수 있다. 또한 은행의 위치와 이용 편의성, 대출 담당자, 금리 비교, 지역사회 참여, 광고 등과 같은 다른 요소들도 취약한 공동체 발굴에 기여할 수 있다. 생산성, 제품 교육 등을 위해 대출금이 소비되거나 투자되는 경우, 이에 대한 신용 상담이나 배려 있는 대화를 통해 채무자에게 해가 되는 대출을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사랑을 표현할 수도 있다. 주식거래에서는 시장 개방성, 재무제표의 정확도, 내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정직함 등이 투자자들에게 존중과 배려로서 다가올 수 있다. 비록 돈 그 자체는 어느 채권자의 손에서든 동일한 모습을 띠지만, 보살핌과 존중, 즉 사랑의 정도는 크게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는 사람은 저소득층 가정이 주택을 세내지 않고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만약 주택, 이자율, 대출기간, 소득 증명 등 모든 요소들이 제대로 취급되기만 한다면, 이는 재산을 갓 축적하기 시작한 가족에게 엄청난 혜택이 될 수 있다. 이는 또한 돈을 대출해주는 과정에 참여한 모든 이들, 가령 은행 예금자나 연금기금 등에도 이득이 될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사업의 규모를 키우는 데 필요한 자본을 얻기 위해 기업공개를 할 수 있도록 투자은행이 어떤 기업을 도와줄 때, 그 투자 은행도 해당 기업의 미래 고객들과 직원들, 협력업체, 공동체, 그리고 주식을 매입하는 주주들에게 일종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런 모든 시중금리 거래들은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에게 사랑을 가져다주는 것들이다.

 

   마지막으로, 사랑은 거래 안에서 이루어진 약속을 지키고 이행함으로써 실천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은 법적으로 강요되는 사항이지만,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법을 초월해 상대방의 최고 이익을 위해 행동함으로써 시장 거래에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필요가 있거나 마땅히 그래야 하는 상황, 혹은 그렇게 함으로써 미래에 이득이 주어지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이는 상대방의 번영 자체를 최종 목표로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재화나 용역 시장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의료 서비스를 생각해보라. 금융도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거의 —아니, 모든— 시장 거래는 이러한 종류의 사랑을 나타낼 수 있으며, 많은 거래들이 이미 이를 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