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란 시간을 기준으로 자원을 배분하거나 교환하는 인간의 활동을 의미한다. 이 글에서 우리는 독립체 내에서 이루어지는 자원의 할당보다는, 대출을 받거나 해주며 투자를 하는 등의 외부적 거래를 주로 다룰 것이다. 여기서는 "금융"이라는 단어를 당사자 간의 금융 거래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할 것이다. 가정이나 기관 내에서의 자금 업무 또한 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자원 할당 활동이며, 여러 면에서 외부 거래와 동일한 원칙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예산 책정이나 프로젝트 계획과 같은 내부 재무활동은 특정 상황이므로,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을 것이다.
금융은 현재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자원을 소유한 사람들과, 어떤 시점에 이들로부터 그 자원의 일부를 빌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거래가 이루어질 때 발생한다. 채무자는 당장 해당 자원을 얻는 대신 이자와 같은 대가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 것이며, 채권자는 당장의 해당 자원을 포기하는 대신 미래의 이윤이나 수익을 바라보는 것이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보았을 때, 채권자는 채무자가 필요한 시점에 (현재)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채무자를 돕는 것이고, 채무자는 향후 채권자의 자원을 증대시킴으로써 그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모든 일이 잘 풀리고 빌려진 자원이 무사히 갚아진다면, 궁극적으로 채무자는 자신과 채권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자원을 사용한 것이 되는 것이다.
좀 더 형식적으로 정의하면, 금융이란 시간을 기준으로 자원을 할당하고 교환하는 인간의 활동이다. 편의상 이 글에서는 앞으로 빚, 주식, 파생상품 등 자원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형태를 "대출"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것이다. 채권자는 은행 예금을 보유한 일반 가정일 수도 있고, 주식 투자자, 사모 주식 투자자, 혹은 연금을 적립하고 있는 직장인일 수도 있다. 이와 비슷하게, 채무자 역시 은행 대출을 받은 일반 가정일 수도 있고, 주식을 파는 기업, 주택 구매를 위해 대출을 받는 가정, 혹은 공개시장에 채권을 발행하는 정부 독립체 등이 될 수도 있다. 이 글에서 다뤄지는 거래는 일반적으로 자발적이며 서로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시장중심적인 거래를 의미한다.[1] 이 글에서는 비非시장(non-market) 형태의 자원 할당에 대한 신학 체계는 세우지 않을 것이다. 말하자면, 흔히 "보조금"이라고 불리는 비자발적이거나 정부에 의한 자원 배분 같은 건 다루지 않을 거란 얘기다. 또한 우리가 사용하는 "금융"이라는 단어가 특정 시기에 자원을 교환하면서 미래에 일어날 역(reverse)자원 교환을 기대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노동 시장이나 상품과 서비스 시장 등 "거래"라고 불릴 만한 주제도 다루지 않을 것이다.
가장 오래 됐을법한 예는, 사냥이 끝난 후 사냥감의 일부와 함께 도구를 되돌려 받는 조건으로 씨족 구성원에게 사냥 도구를 일정 기간 동안 빌려주는 관행이었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들 수 있는 예는 농사가 끝났을 때 빌렸던 씨앗보다 조금 더 많이 갚는다는 조건으로 이웃에게 씨앗을 빌리는 것이다. 그 후, 통화가 발달함에 따라 갈수록 복잡해지는 이런 식의 거래가 좀 더 간단하게 처리되기 시작했다. 고기를 많이 잡은 어부는 고기를 판 후에 돈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농부는 그러한 돈을 빌려서 씨앗을 사고 농작물을 재배한 뒤, 곡식을 일부 팔아 어부에게 빌린 원금뿐만 아니라 이자까지 계산해서 상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로써 어부는 농부를 돕게 되는 것이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적 기술이나 능력을 벗어난 영역에서 서로 혜택을 주고받는다. 금융의 역사는 하나님께서 지구에 내려주신 자원을 좀 더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인간이 자신들의 창의력과 사회적 협력을 적용한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수 세기 동안 여러 종류의 제도들이 생겨나 이렇게 자원을 빌리고 빌려주는 행위를 매우 용이하게 만들어주었다. 은행, 투자은행, 상호기금, 소액금융기관, 신용조합 및 다른 여러 기관들은 돈을 빌릴 사람과 돈을 빌려줄 사람을 연결해주었으며, 이들의 필요에 맞게 자원을 교환 및 재 교환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었다. 예를 들어, 상호기금은 개인으로 투자하기에는 너무 비싸고 복잡한 일련의 주식과 채권에 사람들이 적당한 금액을 투자할 수 있도록 해준다. 금융에서 사용되는 계약이나 수단에는 특정 채무자와 채권자의 필요에 맞게 만들어진 부채, 주식, 그리고 여러 복합 상품이나 파생상품 등이 포함된다.
우리는 하나님께서는 각 개인에게 어느 한도의 자산 소유권과 자원에 대한 책임을 허락하셨기 때문에 자발적인 거래는 규범적이라고 본다. 그렇더라도 강압적인 거래—예를 들면 성경이 명령하고 있거나 적절한 절차에 따라 집행된 법—도 또한 합법적이다. 사유재산권이 명백하고 타당할지라도 인간의 필요 아래에 둔다는 Wright의 주장에 동의한다. Christopher J.H. Wright, Old Testament Ethics for the People of God, (Intervarsity Press, 2004): 312-314쪽. 비슷하게, Lott은 카톨릭적 관점에서 재산은 신성한 선물이고 사유재산체계는 인간의 자유를 위해 허락되지만, 그 권리들은 반드시 하나님께서 모든 인류와 사람들을 위해 지구의 자원을 의도하셨다는 중요한 원칙을 동일하게 존중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Micah Lott, “All Things Come From Thee: Persons, Property, and the Gifts of Creation,” Cardus (October 3,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