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소서 전반부는 온 우주를 향한 하나님의 장엄한 구속사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미 “창세 전에” 하나님께서는 은혜로 우리를 택하셔서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세상에서 그분의 목적에 맞게 살도록 하셨다(엡 1:4-6). 이 목적의 핵심은 하나님께서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신다는 것이다 (엡 1:10). 다르게 표현하자면, 한때 죄 때문에 깨졌던 온 우주를 그리스도의 권세 아래 하나님께서 회복시키실 것이라는 말이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창조 세계를 새롭게 하신다는 사실은 농장, 학교, 회사를 포함한 이 세상 전부가 하나님께 중요하며 하나님께서 이를 버리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준다.
그리스도께서 중심이 되시는 하나님 회복의 역사는, 하나님 은혜를 받아 그분의 은혜로운 회복 사역에 동참하는 일꾼으로서 우리 인류를 포함시킨다. 우리는 우리의 행위가 아닌 믿음으로 은혜로 구원을 받았다(엡 2:8-9). 그러나 우리의 일은 하나님께 지극히 중요하다. “우리는 그가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엡 2:10).
따라서 우리는 무엇을 해서 구원받은 게 아니라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구원받았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포함한 행위들은 피조세계를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 역사의 일부다. 그러므로 직장에서 우리가 하는 활동은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목적을 성취하시기 위해 예비해 놓으신 반드시 필요한 하나의 요소다.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하나로 통일시키려는 하나님의 계획을 탁월하게 보여 준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은 우리의 개인적 구원을 가능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엡 2:4-7), 유대인과 이방인 간의 갈라진 틈을 메워 놓았다(엡 2:13-18). 예전에 원수였던 이 둘의 연합은 하나님 화해의 사역을 집약적으로 보여 준다. 따라서 교회는 하나님의 우주적 계획의 본질과 궁극적 성공을 온 우주에 증명해 보이는 역할을 한다(엡 3:9-10). 그러나 교회는 종교적 활동을 같이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이는 사람들의 연합체가 아니다. 그보다는 함께 또는 각자 삶의 모든 자리에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신자들의 공동체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는 “우리가 구하거나 생각하는 모든 것에 더 넘치도록 능히”(엡 3:20) 우리 안에서 역사하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바울은 크리스천을 묘사하기 위해 ‘예배자’라는 종교 용어가 아닌 “시민”(엡 2:19)이라는 일반 용어를 쓴다. 곧 살펴보겠지만, 실제로 에베소서는 교회가 모일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은 거의 제시하지 않고, 교회 구성원들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만 몇 가지 지침을 제공한다.
성경 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