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그리스도께서 세상을 완전히 선하게 창조하셨지만, 그 세상은 오염되었고 “죽음의 세력을 잡은 자 곧 마귀”(히 2:14)에게 복종하게 되었다. 히브리서는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말하지 않지만, “죽기를 무서워하므로 한평생 매여 종 노릇 하는 모든 자들을 놓아주려 …… 오직 아브라함의 자손을 붙들어 주려”(히 2:15-16)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일은 매우 자세하게 말한다. 이 후손에는 이삭(유대인들)과 이스마엘(이방인들)을 통한 아브라함의 후손이 다 포함된다. 다시 말하면 모든 사람을 다 가리키는 것이다. 히브리서가 던지는 질문은 “어떻게 하나님께서 사람을 악과 사망과 마귀에서 해방시키실 것인가?”이다. 그리고 그 대답은 이렇다. “위대한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신다!”
히브리서 중심부(5-10장)에 도달하면, 예수님의 제사장직을 자세하게 살펴볼 것이다. 히브리서 시작 부분을 보면 예수님께서 하신 창조의 일과 그분의 제사장직이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강조한다. 히브리서는 “주여 태초에 주께서 땅의 기초를 두셨으며 하늘도 주의 손으로 지으신바라”(히 1:10)라는 것과 그 결과 ‘죽음을 통하여 죽음의 세력을 잡은 자 곧 마귀를 멸하신다’(히 2:14)는 것을 하나로 합쳐 놓았다. 이는 그리스도께서 창조와 구속이라는 두 가지 일을 다 하시는 하나님의 대리인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그리스도께서 맡은 창조 사역은 인간의 타락 이후 ‘한평생 매여 종 노릇 하는 모든 자들을’(히 2:15) 해방시키시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는 스스로를 ‘백성의 죄를 속량하는’(히 2:17) 제물이 되도록 이끌어 가셨다.
우리의 일터들이 하나님의 원래 의도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 어떤 일터들은 세상에 가득한 악을 억제하기 위해 존재하기도 한다. 범죄 억제를 위해 경찰이 필요하고, 평화 회복을 위해 외교관이 필요하며, 질병을 고치기 위해 의료전문가들이 필요하고,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돌이키기 위해 전도자들이 필요하며, 사고 난 차량 정비를 위해 자동차 정비소가 필요하고, 부패를 찾아내기 위해 탐사보도 언론인들이 필요하고, 노후해 가는 다리를 보수하기 위해 기술자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모든 일터가 타락 때문에 심하게 고통받는다. 잘못된 경영과 노사 갈등, 험담, 학대, 차별, 게으름, 탐욕, 진실하지 않음, 그 외 크고 작은 수많은 문제들이 우리의 일을 방해하고, 모든 방향에서 우리의 관계를 어그러뜨린다. 이럴 때 우리 하나님은 자신의 피조물을 포기하시거나 또는 인간을 그것에서 분리시킴으로써 해결하지 않으신다. 그것을 완전히 변혁시키는데, 다만 본질적인 선 안에서 재창조하신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세상의 창조주이셨던 그대로 아들을 세상에 보내셔서 세상 안에 성육신하게 하셨다.
일터에서 우리는 그분의 창조를 유지하고 동시에 회복시키기 위해 ‘하늘의 부르심을 함께 받은 그리스도의 거룩한 동역자들’(히 3:1)이 된다. 이것으로 에덴 동산에서 시작된 창조의 일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조화시키며 거기에 더하는 것이다. 창조와 구속의 일은 동시에 일어나며, 이는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셔서 악이 없어질 때까지 서로 얽혀 있다.
성경 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