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라는 일반적인 표현은 잠시 미뤄 두고, 요한이 그의 복음서에서 묘사하는 제자의 본질을 잘 담은 “친구”라는 표현을 보자. 예수님은 “너희를 친구라 하였노니”(요 15:15)라고 말씀하셨다. 여기선 관계 요소가 핵심이다. 제자들은 예수님에게 가장 가까운 측근들로, 항상 그 주변에 있었던 친구들이었다(요 1:35-39; 11:54; 15:4-11). 요한복음 1장에서는 저자인 사도 요한이 예수님과 함께한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언급하며 관계성을 보여 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나타난다. 세례 요한은 안드레와 또 한 명의 사도에게 예수님을 가리켜 보인다. 안드레는 그의 형제 시몬을 데려온다. 안드레, 시몬과 한 동네 출신이었던 빌립은 나다나엘을 예수님께 초대한다. 예수님이 이러한 인맥과 관계를 쌓은 이유가 이들을 통해 사역을 진척시키기 위함은 아니었다. 관계망을 정립하는 것이 사역 전반의 주안점 자체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자들이 예수님의 영광을 즐기기만 하는 교우관계인 건 아니었다. 그와 동시에 제자들은 예수님의 일꾼이었다. 요한복음 1장에서는 아직 알아볼 수 있는 정형화된 형태의 일을 수행하지 않지만 (형제와 이웃을 불러오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전도 행위이기는 하다) 곧 상황이 달라진다. 실로 요한복음이 말하는 일의 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정과 일의 연관성을 이해해야 한다. 일은 성과를 낳는 동안 관계도 형성한다. 창세기 2장 18-22절 말씀의 경우처럼 말이다.
성경 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