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는 아무도 한 적이 없는 일을 예수님이 하시는 모습을 봤다. 물을 포도주로 만드시고 눈먼 자를 치료하시며 죽은 자를 살리시는 모습이다. 다음으로 하시는 일은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하고 싶지 않은 종류에 속한다. 바로 발을 씻기는 일이다. 노예가 하는 일을 왕이 수행한 것이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심으로써 예수님은 요한복음 전반에 깔려 있는 질문을 표면으로 끌어내신다. ‘예수님의 일은 어디까지 우리 일에 적용되는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라는 답이 쉬울 것이다. 우리는 예수님이 아니라는 이유로 말이다. 우리 중 누구도 이 세상의 죄를 위해 대신 죽지 않는다. 하지만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며 제자들에게도 (더 나아가 우리에게도) 서로 발을 씻기라는 말씀을 명백히 하신다.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요 13:14-15). 예수님은 할 수 있는 한 우리가 따라야 할 모범이시다.
겸손한 섬김의 자세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걸쳐 있어야 한다. 기업의 CEO가 제품의 생산 현장을 방문한다면 조립 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발을 씻기기 위해 왔다는 겸손한 섬김의 태도여야 한다. 마찬가지로 주유소 직원도 화장실 바닥 청소를 할 때 방문하는 운전자의 발을 씻긴다는 태도로 임해야 한다. 행동보다는 태도의 문제다. 주유소를 방문하는 손님을 위해 사장이나 주유소 직원에게는 손님의 발을 씻기는 일보다 더 잘 섬길 수 있는 방법이 물론 있을 것이다. 그 섬기는 방법이 무엇이든, ‘겸손한 섬김’이라는 기준으로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우주를 통치하는 성령 충만한 교사이신 예수님이, 그분을 따르는 제자라면 몸에 배어 있어야 할 겸손을 매우 구체적인 행동으로 자신을 낮추어 섬기심을 통해 몸소 보여 주셨다. 그렇게 하심으로써, 자신을 따르는 이에게 겸손히 섬길 것을 요구하시고 그 행동의 높은 가치를 역설하셨다. 왜 그러셨을까? 경건한 일이란 단지 자기충족을 위함이 아닌 타인을 위한 행함이라는 진실을 명백히 대면케 하려는 것이었다.
최근 몇 해 동안 ‘섬기는 리더십’ 개념은 기업과 정부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는 요한복음뿐 아니라 성경 전반에서 다루는 개념이다.[4]
다른 자료들로는 Robert Greenleaf, Servant Leadership (Paulist Press, 1977)과 Max De Pree, Leadership is an Art (Michigan State University Press, 1987)가 있다. 맥스 드프리, 《성공한 리더는 자기 철학이 있다》(북플래너 역간).
성경 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