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숭배로 하나님에게서 멀어지고, 판단으로 서로가 멀어진 세상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하나님의 참된 의’가 바로 그 답이다. 로마서 3장에서는 구원의 때에 일어나는 일을 설명하면서 바울은 “하나님의 의”(Justice)라는 용어를 쓴다. ‘우리 불의가 하나님의 의를 드러나게 한다’(롬 3:5).
더 진도를 나가기 전에 “의”(justice)와 “의로움”(righteousness)이라는 용어를 살펴보자. 로마서에서 바울은 의(justice)를 가리키는 헬라어로 ‘dikaiosyn?[디카이오쉬네]’와 그것의 여러 변형된 꼴들을 서른여섯 차례 사용한다. “righteousness”(의로움)로 가장 많이 번역했고, “justice”(의) 또는 “justification”(의롭다 하심)으로 번역한 경우는 적었다. 그러나 바울의 언어에서 이 둘은 똑같다.
디카이오쉬네는 법정에서 사람들이 옳지 않은 상황을 회복시키거나 공의를 요구할 때 사용했다. 그러므로 구원은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 (righteousness)가 만들어진다는 뜻이며, 다른 사람들과 모든 피조물과도 올바른 관계(justice)가 성립된다는 뜻이다. ‘구원’, ‘칭의’, ‘의로움’이라는 단어들 사이의 관계를 너무 상세히 다루는 일은 이 글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로마서에 대한 일반 주석에는 어디에나 이를 설명해 놓았을 것이다.[1]
만약 이것이 추상적으로 느껴진다면 당신이 일에서 구체적인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는지 없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사람들이 서로서로에 관해 내리는 (잘못된) 판단이 당신의 일터에서 관계를 파괴하고 불의를 일으키는 근원은 아닌가? 예를 들면, 만약 어떤 관리자와 근로자가 그 근로자의 업무 수행평가서를 놓고 의견이 다를 경우, 수행평가에 대한 차이 자체와 서로서로에 대한 판단에서 나온 적대감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 손해를 끼치는가? 또는 일터에서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험담을 했는데, 그 험담한 내용으로 유발되는 손해와 당혹감이 더 큰가, 아니면 험담자의 어조와 그것을 듣는 사람들의 킬킬거리는 웃음소리에 드러나는 판단에 대한 분노가 더 큰가?
만약 우리의 잘못된 판단이 우리와 하나님, 다른 사람들, 세상 모든 피조물들과의 관계를 깨뜨리는 원인이라면 어떻게 해야 우리는 구원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의와 의로움이 있어야만 가능한데, 이는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없는 가장 무능한 요소다. 설령 우리가 올바른 관계를 가지고 싶어도, 바르게 판단할 수 없는 우리의 무능함은 애를 쓰면 쓸수록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키기만 한다. 이런 운명에 처한 바울은 부르짖는다. “누가 나를 건져 내랴?”(롬 7:24)
어느 누구도 우리를 건지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들 역시 우리와 한 배에 타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 거짓되다!’(롬 3:4) 바울은 우리에게 말한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깨닫는 자도 없고 하나님을 찾는 자도 없고 다 치우쳐 함께 무익하게 되고 선을 행하는 자는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롬 3:10-12).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롬 3:23).
그렇지만 희망은 있다. 다만 인간이 아닌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있다. 바울은 “그 믿지 아니함이 하나님의 미쁘심을 폐하겠느냐”(롬 3:3)라고 물은 다음 이렇게 대답한다. “그럴 수 없느니라”(롬 3:4). 오히려 불의는 하나님의 의를 드러나게 한다(롬 3:5). 이것은 우리의 일터가 우리 가족이나 교회와 마찬가지로 은혜가 임하는 장소라는 뜻이다. 혹시 일터가 지나치게 세속적이고, 너무나 비윤리적이며, 신앙에 지나치게 적대적이고, 탐욕과 영혼 없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고 느끼는가? 바로 그곳이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필요한 곳이다. 성당이나 수도원 또는 교회 안에 충만하게 임하시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은혜는 공장과 사무실 칸막이, 또는 주유소에도 충만하게 화해와 의를 가져다주실 수 있다. 바울의 복음은 교회만을 위한 게 아니라 온 세상을 위한 것이다.
예를 들면, N. T. Wright, “The Letter to the Romans,” The New Interpreter’s Bible (Nashville: Abingdon Press, 1994)을 보라. 톰 라이트, 《로마서》(에클레시아북스 역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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