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C로 되돌아감 : 이방 왕을 낮추시고 끌어내리시다(단5장)

아티클 / 성경 주석

   5장에서 소개했던 대로 주제 C는 이방 왕을 아예 폐위시키는 게 아니라, 그를 낮추는 데 주안점을 둔다. 이 주제는 5장에서 바벨론 제국의 멸망이라는 관점으로 다시 살펴본다. 바벨론의 사치는 고대 사회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1]

 

   우선 바벨론은 두 겹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난공불락의 요새였는데, 바깥 성벽은 길이 17킬로미터, 높이 12미터에 이르렀다. 행차를 위한 대로는 반짝이는 푸른색 벽돌로 장식된 이슈타르 문으로 이어졌는데, 이는 이 도시의 여덟 개 성문 가운데 하나였다. 성 안에는 50개의 신전과 수많은 궁전들이 있었다. 고대 역사가들에게도 알려져 있었던 유명한 ‘공중정원’은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였다. 그러나 BC 562년에 당시 중무장을 하고 있었던 느부갓네살 왕이 죽고 난 이래 이 도시의 함락까지는 20년이 채 안 걸렸다. 그의 사후 바사의 고레스 왕(BC 559-530년)이 BC 539년에 큰 저항도 겪지 않고 그 성을 점령했다.

 

   이처럼 순식간에 일어난 정치 지형의 변화를 이 도시가 멸망하던 날 밤, 당시 바벨론의 새로운 통치자 벨사살 왕의 궁전에서 일어난 사건들의 관점에서 서술한다.[2] 벨사살은 호화로운 잔치 자리에서 예루살렘 성전에서 탈취해 온 유다의 거룩한 잔으로 술을 마심으로써 부정하게 만들었고, 진탕 마시고 놀면서 취하는 자리로 만들어 타락하게 함으로써 여호와를 모독했다(단 5:1-4). “그때에 사람의 손가락들이 나타나서 왕궁 촛대 맞은편 석회벽에 글자를” 썼다(단 5:5). 웅대한 바벨론 제국의 오만한 통치자였던 벨사살은 벽 위에 나타난 글씨에 너무도 놀라 얼굴이 창백해져서는 두 무릎이 맞부딪칠 정도로 떨었다(단 5:6). 왕도, 그의 박수들과 술사들과 점쟁이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글자를 해독해 내지 못했다(단 5:7-9).

 

   오직 다니엘만이 그 멸망의 메시지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왕의 호흡을 주장하시고 왕의 모든 길을 작정하시는 하나님께는 영광을 돌리지 아니한지라”(단 5:23). “왕을 저울에 달아 보니 부족함이 보였다”(단 5:27). “왕의 나라가 나뉘어서 메대와 바사 사람에게 준 바 되었다”(단 5:28). 그리고 실제로 그날 밤에 바벨론 왕 벨사살이 죽임을 당했고, 메대 사람 다리오가 나라를 얻었다(단 5:30-31a).

 

   마침내 하나님이 악한 왕국을 멸망에 이르게 하신 것이다. 우리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최후 승리가 하나님 백성들의 큰 희망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는 우리를 심으신 그 자리에서 활짝 꽃피어야 한다. 기회가 주어질 때 우리는 반드시 변화를 일으킬 수 있고, 또 일으켜야만 한다. 다니엘서의 모든 페이지에서 보았듯이 물러나지 않고 참여해야 한다.

 

   단, 세상에 참여하면서 성공을 기대하거나 또는 주변 사람들이 겪는 고난을 우리는 피해 갈 수 있을 거라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타락한 세상 한가운데서 일어나는 모든 선한 일들은, 하나님이 그분의 나라를 이 땅에 이루실 때 올 비할 데 없는 선하심을 맛보는 데 지나지 않음을 기억하라. 궁극적으로 “너는 누구 편에 서 있느냐?”라는 질문이 “너는 최근에 나를 위해 무엇을 하였느냐?”라는 질문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E. Klengel-Brandt, “Babylon,” Oxford Encyclopedia of Archaeology in the Near East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97), 251-256쪽; Bill T. Arnold, Who Were the Babylonians? (Atlanta:Society of Biblical Literature, 2004), 96-99쪽.

벨사살은 느부갓네살의 후손이 아니라 군부 쿠데타로 권좌에 오른 나보니두스 왕(BC 556-539)의 아들이며 섭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