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먼저 출애굽기가 성경의 일부이지 독립된 법체계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크리스토퍼 라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성경은 크리스천을 위한 도덕 법전일 뿐이라는 일반 견해는 성경의 본질과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한 것이다. 성경은 근본적으로 하나님, 이 땅,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즉 무엇이 잘못됐으며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하나님이 어떤 일을 하셨고 하나님의 주권에 따라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기록한 책이 성경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이야기 속에서, 도덕적 가르침 또한 지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성경 이야기는 하나님의 일(mission)에 대한 이야기다. 성경은 사람의 온전한 반응을 요구하며, 하나님의 사명은 사람의 반응을 요구함과 동시에 그것을 포함한다. 그리고 사람의 그런 반응에는 윤리적 차원이 엄연히 포함된다.[1]
“law”(율법)라는 영어 단어는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온 말이지만 핵심 히브리 단어인 ‘Torah’(토라)를 정확하게 번역한 것은 아니다. 이 용어가 우리 앞에 놓인 논의 전체의 핵심을 이루기 때문에, 이 히브리 단어가 성경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분명히 밝히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다. ‘토라’라는 말은 아브라함이 따랐던 하나님의 명령이라는 의미로 창세기에서 한 번 사용된다(창 26:5). 이 단어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하는 명령을 가리킬 수도 있다(시 78:1). 그러나 하나님으로부터 나왔다는 의미에서의 토라는 모세오경과 나머지 구약 성경 전체에서 민사 및 사회 행위의 규범뿐 아니라 공식 예배 예식과 관련된 하나님 백성의 행동 표준을 나타낸다.[2] 토라의 성경적 개념은 ‘신적 권위의 명령’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개념은 현대인이 갖고 있는 입법부에서 만든 법이나 자연법 개념과는 큰 차이가 있다. 출애굽기에 나오는 율법의 풍부하고 권위적인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우리는 때때로 별도의 번역 없이 ‘토라’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할 것이다.
출애굽기에서, 일련의 구체적 명령이라고 할 수 있는 토라는 언약의 일부로 간주된다. 언약이 토라의 일부인 게 아니다. 다시 말하면, 언약 전체는 그들을 해방시켜 주신 하나님의 선하심으로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과 맺은 관계를 말한다(출 20:2). 언약으로 백성과 관계를 맺은 왕으로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어떻게 예배하고 행동하기를 원하는지 율법을 통해 명시하신 것이다. 순종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서약은 언약을 주신 하나님을 향한 반응이었다(출 24:7).
이것은 일의 신학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직장에서 우리가 우리 행위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고, 또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방식은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에 의해 좌우된다. 크리스천 입장에서 보면, 하나님이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에 우리도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고, 다른 사람을 대하는 우리 태도에서 다시 그 사랑이 드러나는 것이다(요일 4:19-21). 이웃을 사랑하라는 하나님 계명의 범위는 교회, 카페,집, 공공장소, 일터 등 장소를 가리지 않으며,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어디서나 그 계명을 적용하며 살기 원하신다.
Wright, The Mission of God: Unlocking the Bible’s Grand Narrative, 357-358쪽. 크리스토퍼 라이트, 《하나님의 선교》(IVP 역간).
Peter Enns, “Law of God,” New International Dictionary of Old Testament Theology and Exegesis, ed. Willem A. VanGemeren (Grand Rapids: Zondervan, 1997), 4:893. 그 단어는 또한 신명기서의 역사적 핵심이 “율법서”(신 31:26)라고 불린다는 점에서 한 문헌의 본체를 가리킨다. 전통적으로 모세오경은 “토라”라고 불렸다
성경 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