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굽으로부터 시내까지 이르는 동안에, 모세는 장인 이드로와 다시 만났다. 이스라엘인에게 이방인으로 지내 왔던 이드로는 공동체 내에서의 공의에 대해 모세에게 매우 긴요한 조언을 줬다. 하나님 백성을 위한 하나님의 구속 사역은 이제 하나님의 백성 가운데 공의로 확대됐다. 이스라엘은 이미 애굽의 십장에게 부당한 대우를 당한 적 있었다. 해방된 사람으로서 이제 그들은 그들 사이의 분쟁에 대한 하나님의 답을 온당하게 구했다. 월터 브루그만은 성경적 믿음이 단지 하나님이 행하신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것은 “치유와 회복에 대한 열정을 매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실천하는 것이며, 부정직한 이득은 끊임없이 거부하는, 힘든 것이다.”[1]
분쟁에 말려든 사람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는 것이 모세가 하고자 하는 일 중에 하나였음을 우리는 앞서 배운 바 있다. 처음에 그가 개입하려고 나섰을 때, 모세는 이런 항의를 받았다. “누가 너를 우리를 다스리는 자와 재판관으로 삼았느냐”(출 2:14). 그런데 이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통치자와 재판관의 역할을 맡아 달라는 요구가 너무 많아 많은 사람이 모세의 주변으로 몰려들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의 판결을 기다릴 정도였다(출 18:14; 신 1:9-18 참조).
모세의 일에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첫째, 그는 사람 사이의 분쟁에 합법적인 결정을 내려 줬다. 둘째, 그는 도덕 및 신앙적인 지도를 구하는 사람에게 하나님의 규례와 교훈을 가르쳐 줬다.[2] 이드로는 모세가 홀로 그런 고귀한 일을 감당하고 있음에 주목했는데, 그는 그것을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봤다. “네가 하는 것이 옳지 못하도다”(출 18:17). 더 나아가서 그것은 모세에게도 해가 되고 그가 돕고자 애쓰는 사람에게도 불만족스런 일이었다. 모세가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은 계속해서 감당하되, 여타의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라는 것이 이드로의 해법이었다. 이는 백성을 위해 하나님께 중보하고, 백성을 가르치며, 어려운 사건을 판결하는 것은 모세가 맡고, 다른 사건은 하위 재판관이 담당하는 그런 4단계 사법 체계였다.
이런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지혜의 핵심은 재판관의 자격이었는데, 이들은 지파 구분이나 종교 성숙도에 따라 뽑히지 않고 네 가지 자격검증을 거쳐 선발됐다(출 18:21). 첫째, 그들은 유능한 자여야 했다. “chayil[하일]을 가진 자”라는 히브리어 표현은 능력, 지도력, 경영 능력, 지략을 겸비하고 존경받는 이를 뜻했다.[3] 둘째, 이들은 “하나님을 두려워”해야 했다. 출애굽기 2장에 나오는 산파의 경우처럼, 이것은 꼭 종교적인 품성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이것은 문화와 종교 경계를 넘어 통상적으로 인식되는 도덕성에 대해 분명한 이해를 가진 사람을 가리킨다. 셋째, 이들은 “진실”한 자여야 했다. ‘진실’이란 추상적인 개념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행동 양식이기도 하므로, 이들은 행위뿐만 아니라 성품도 진실하다고 하는 객관적인 증거를 갖고 있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부당한 이득을 미워하는 자여야 했다. 이들은 부패가 어떻게, 왜 발생하는지를 알아야 했으며 뇌물의 관행과 모든 종류의 파괴를 경멸하고 그런 악습으로부터 사법 체계를 적극적으로 수호할 수 있는 이들이어야 했다.
위임은 지도력이 요구되는 일에 있어 필수적이다. 모세가 예언자, 정치가, 재판관으로서 독보적인 은사를 지닌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의 재능이 무한한 것은 아니었다. 자기만이 하나님의 일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인간 됨이 무엇인가를 잊은 사람이다. 리더십의 은사는 궁극적으로 권력을 적절하게 나눌 줄 아는 은사다. 지도자라면, 모세처럼 필요한 자질을 분별하고 권위를 부여할 사람을 훈련하며 그들에게 책무를 지울 수단도 마련해야 한다. 지도자도 곁에서 그들의 책무를 느끼게 해 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모세의 경우에는 이드로가 그런 역할을 담당했는데, 이 단락은 구약의 예언자 중 가장 위대하게 여겨지는 사람도 그에게 책임을 물을 권세가 있는 누군가가 필요했음을 아주 솔직하게 보여 준다.
지혜와 과감함, 자비로움을 갖춘 리더십은 모든 공동체에 필요한 것인데, 이것은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이다. 하지만 출애굽기는 은사를 지닌 지도자가 권위를 잘 발휘하는 것보다 은사 지닌 자들이 성공할 수 있는 공동체 리더십 구조가 개발되는 것이 더 중요하며, 이것이 공동체를 위한 하나님의 방법과 과정임을 보여 준다. 위임은 후임 지도자를 키우는 방법일 뿐 아니라 조직이나 공동체의 역량을 키우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모세가 이런 조언을 아주 신속히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하는 사실은 그가 개인적으로 얼마나 다급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증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더 넓게 보면, 우리는 모세(히브리인이며 아브라함 언약의 상속자)가 한 미디안 제사장을 통해 그에게 제시된 하나님의 지혜를 향해 완전히 마음을 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일 문제와 관련된 차원에서 본다면, 크리스천이 다양한 전통과 종교로부터 제공되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또 존중하는 것도 권장될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그리스도를 따르지 않는다는 표시, 믿음이 약하다는 표시도 아니다. 그것은 종교적 다원주의와 부적절한 타협을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성경적 지혜의 인용구를 너무 자주 들이댐으로써 비신자에게 편협하고 신뢰가 안 가는 싸구려 증인으로 인식될 수가 있다. 크리스천은 우리가 받아들인 세부적인 조언이 밖에서 왔는지 아니면 안에서 왔는지를 지혜롭게 분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우리는 “모든 진리는 하나님의 진리”라고 확신한다.[4]
Walter Brueggemann, “The Book of Exodus,” Genesis to Leviticus, The New Interpreter’s Bible: Genesis to Leviticus (Nashville: Abingdon Press, 1994), 829쪽.
Umberto Moshe David Cassuto, A Commentary on the Book of Exodus (Skokie, IL: Varda Books, 2005), 219쪽.
‘chayil’이라는 단어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TOW 웹사이트(www.theologyofwork.org)에서 “용감한 여인”(The Valiant Woman)이라는 제목의 글을 검색해 글 도입부에 나오는 Bruce K. Waltke and Alice Matthews, Proverbs and Work, “Proverbs 31: 10-31” 내용을 참조하라.
Arthur Holmes, All Truth is God’s Truth (Downers Grove, IL: InterVarsity Press, 1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