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창조하는 것은 일이다. 창세기 1장에서 하나님은 능력으로 분명히 역사하신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니 세상이 존재하게 됐는데, 우리는 여기서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원시적 실례를 단계적으로 본다. 창조의 순서에 유의하라. 하나님 창조 행위의 처음 세 가지는 형체가 없는 ‘혼돈’을 분리해 하늘(또는 궁창), 물, 땅의 영역을 만드는 것이었다. 첫째 날, 하나님은 빛을 만들고 그것을 어두움으로부터 분리해 낮과 밤을 조성하셨다(창 1:3-5). 둘째 날에 하나님은 물을 분리해 하늘을 만드셨다(창 1:6-8). 셋째 날 전반부에 하나님은 건조한 땅을 바다로부터 분리하셨다(창 1:9-10). 이 모든 게 그 뒤에 지음받은 것들이 생존하는 데 꼭 필요했다.
다음으로, 하나님은 그분이 만드신 영역을 충만하게 채우셨다. 셋째 날 후반부에 하나님은 식물을 만드셨다(창 1:11-13). 넷째 날에 하나님은 해와 달과 궁창의 별을 만드셨다(창 1:14-19). “해”와 “달”이란 말 대신에 “큰 빛”(greater light)과 “작은 빛”(lesser light)이란 용어를 써서 피조물을 예배하지 못하게 했으며, 이로써 우리가 창조주 대신에 창조물을 예배할 위험에 늘 노출돼 있음을 상기시키셨다. 빛은 그 자체로 아름다울 뿐더러, 식물의 생명에 필수적이고, 햇빛과 밤, 계절에도 필요하다. 다섯째 날에 하나님은 앞서 창조된 식물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물고기와 새로 물과 궁창을 채우셨다(창 1:20-23). 마지막으로 여섯째 날에 하나님은 동물을 창조하셨으며(창 1:24-25), 창조의 극치인 사람을 지으셔서 땅에 살도록 하셨다(창 1:26-31).[1]
창세기 1장에서 하나님은 모든 일을 말씀하심으로써 성취하셨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니” 모든 것이 이뤄졌다. 하나님의 능력은 세상 만물을 창조하고 유지하시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하나님의 연료가 다 떨어지진 않을까, 피조물의 존재가 불확실한 상태가 아닐까 하고 염려할 것 없다. 하나님의 창조물은 강건하며 그 존재는 안정적이다.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고 유지하기 위해 아무에게도, 아무것에도 도움받을 필요가 없으시다. 혼돈의 세력과의 어떤 싸움도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무너뜨리는 위협이 되지 못한다. 후에 하나님이 창조의 책임을 사람과 공유하겠다고 말씀하셨을 때, 그것은 하나님의 선택이지 그분께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 피조물을 훼손하려 들거나 지구를 생명이 충만하게 살기에 부적절한 곳으로 망가뜨리려고 할지라도, 하나님의 구속하고 회복하는 능력은 그것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무한히 더 광대하다.
하나님의 무한한 능력이 성경 본문에 나타나 있다고 해서, 그분의 창조가 일이 아닌 것은 아니다. 이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연극을 하는 게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비록 창세기 1장에 나오는 하나님이 하신 일의 초월적인 위엄 때문에 우리가 그것을 쉽게 일로 연결하지 못한다 해도, 창세기 2장을 살펴보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나님은 그분의 손을 가지고 내재적으로 일하신다. 사람의 몸을 만드셨고(창 2:7, 21), 정원을 일구셨으며(창 2:8), 과수를 심으셨고(창 2:9), 조금 뒤엔 “가죽 옷”을 지어 주셨다(창 3:21). 이것들은 하나님의 노동으로 꽉 들어찬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의 육체적 일의 시작일 뿐이다.[2]
창조 때의 “날들”에 대한 유익한 토론을 위해서는 Bruce K. Waltke, Genesis: A Commentary (Grand Rapids: Zondervan, 2001), 74-78쪽을 보라.
성경에서 하나님이 하시는 수많은 종류의 일 목록은 다음을 보라. R. Paul Stevens, The Other Six Days (Grand Rapids: Wm. B. Eerdmans, 2000), 18-123쪽. Robert Banks, God the Worker: Journeys into the Mind, Heart, and Imagination of God (Eugene, OR: Wipf & Stock, 2008).
성경 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