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는 우리가 일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데 엄청난 기여를 한다. 이 책은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이 어려운 시대에 하나님 목적에 따라 일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그렇게 일하고 애쓰면서 광야를 지나 하나님의 약속된 땅을 향해 나아가는 중에, 그들은 정체성, 권위, 지도력을 두고 갈등을 경험한다. 우리가 일에 대해 얻을 수 있는 통찰의 대부분은 일련의 명령을 통해서가 아니라 무엇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며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실례를 통해서 얻게 된다.
이 책은 “민수기”(民數記, Numbers)라 불리는데, 이는 모세가 이스라엘 족속을 몇 차례 인구 조사한 기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병역(민 1:2-3 26:2-4), 종교적 의무(민 4:2-3, 22-23), 세금 납부(민 3:40-48) 및 농업(민 26:53-54) 등 경제 문제와 정치 문제에 사용될 인적 자원과 자연 자원의 분량을 측정하기 위해서 인구 조사가 실시됐다. 이런 인구 조사는 단순히 수를 세서 보고하는 것 이상이었으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틀을 형성했다. 그 이야기 중에서 통계의 오용(誤用)은 종종 분란과 반란과 사회 불안으로 이어졌다. 수량적 추론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 하나님이 친히 인구 조사를 명하셨기 때문이다(민 1:1-2). 그러나 이스라엘이 주님의 말씀 대신에 수치적 분석에 의존했을 때 재난이 따라왔다(민 14:20-25). 온전한 도덕적 추론 대신에 제멋대로 장부에 의존하던 습관은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도 회계 추문과 재정 위기까지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민수기는 애굽도 약속된 땅도 아닌 광야에서 발생한 사건을 기록했다. 민수기의 히브리어 제목은 ‘bemidbar[베미드바르]’인데, 이는 “시내 광야에서”(민 1:1)를 줄여서 표현한 말로써, 이 책에 나오는 주요 행위인 광야를 통과해 나아가는 이스라엘의 여행을 가리킨다. 이스라엘 민족은 시내부터 약속의 땅을 향해 진행하다가 요단강 동편 지역에 도착했다. 그들이 이곳으로 온 것은 하나님의 “강력한 손”(출 6:1)이 그들을 애굽 노예 생활로부터 해방시켰기 때문인데, 이게 바로 출애굽기라는 책에 담긴 이야기다. 사람들을 노예 신분에 서 건져 낸 것은 하나의 중요한 사안이었으나, 그 사람들에게서 노예 의식을 제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음이 드러났다. 요컨대 민수기는 하나님이 약속하신 목적지까지 여행하는 동안 겪은 하나님과 함께하는 생활을 기록한 책인데, 하나님 백성인 우리는 지금도 그런 여행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경험한 것으로부터 오늘날 삶과 일에서 만나는 도전을 이길 힘을 발견한다. 하나님이 언제나 도와주심으로 우리는 용기를 가질 수 있다.
성경 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