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사사들이 치리하던 때”(룻 1:1)에 일어난 기근으로 시작한다. 이때는 사사기에서 들려준 대로,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도를 버리고 우상숭배와 최악의 사회 상황, 재앙 수준의 내전에 빠져 있던 때였다. 전반적으로 그때는 일이나 다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율법(토라)의 교훈을 따르지 않고 있었다.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 가운데 적어도 나오미는 이로 인해 하나님의 복을 상실했음을 인정했다(룻 1:13, 20-21). 그 결과 사회 경제적 구조가 붕괴되고 있었고, 기근이 그 땅을 덮쳤다.
기근에 대처하기 위해 엘리멜렉과 그의 아내 나오미와 두 아들은 모압으로 이주했다. (이스라엘과 모압의 오랜 적대관계를 생각해 본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이었다.) 그들 생각에 거기라면 일의 전망이 훨씬 더 좋을 것이라고 봤다. 그들이 거기서 성공적으로 일자리를 찾았는지 여부는 모르나 어쨌든 그 아들들은 둘 다 모압에서 장가를 들었다. 그러나 10년 이내에 그들은 사회, 경제적 비극을 경험했다. 가족 중 남자가 전부 죽어 나오미와 두 며느리가 과부가 된 것이다(룻 1:3-5). 그 뒤로 세 명의 과부는 당시 남자에게만 주어지던 법적, 경제적 권리를 전혀 갖지 못한 채 자기 힘으로 벌어서 먹고 살아야 했다. 한마디로 남편도 없고, 땅에 대한 명확한 소유권도 없고, 생계를 이어갈 아무 자원이 없었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돌이켜 보면서 나오미는 “나를 마라[쓰다, 괴롭다]라 부르라 이는 전능자가 나를 심히 괴롭게 하셨음이니라”라고 탄식한다(룻 1:20).
나그네와 고아와 과부는 이스라엘 율법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는다.[1] 남편의 보호와 지지를 상실한 그들은 사회 경제적 학대와 착취의 대상이 되기 쉬웠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단지 먹고살아야 하는 이유 때문에 창녀로 전락했는데 이는 오늘날 취약계층의 여성에게도 아주 흔히 일어나는 상황이다. 나오미는 과부가 됐을 뿐 아니라 모압에서는 나그네이기도 했다. 그러나 만약 그녀가 두 며느리를 데리고 베들레헴으로 돌아간다면, 이스라엘에서는 그 젊은 며느리가 과부면서 동시에 나그네가 될 터였다.[2] 어디에 살든 그들이 부딪칠 취약성에 대한 대책으로 나오미는 며느리에게 그들의 모국에 있으라고 강권하고,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며느리들이 모압에서 안정을 얻도록 도우시기를 기도했다(룻 1:8-9). 그러나 그중 룻은 아무리 어려워도 시어머니를 떠나는 것을 견딜 수 없어 했다. 룻이 나오미에게 한 말은 그녀의 사랑과 충성심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 주는 노래다.
내게 어머니를 떠나며 어머니를 따르지 말고 돌아가라 강권하지 마옵소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머무시는 곳에서 나도 머물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어머니께서 죽으시는 곳에서 나도 죽어 거기 묻힐 것이라(룻 1:16-17).
누구에게나 인생은 고달플 수 있으나, 이 여인들은 그중에서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신 10:18; 14:29; 16:11, 14; 24:19-22; 26:12-13; 27:19.
이스라엘 세계에서 모압 사람으로서 겪는 어려움들에 관해서는 Daniel I. Block, Judges, Ruth (NAC; Nashville: Broadman & Holman, 2002), 627쪽을 참조하라.
성경 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