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이 기름 부은 뒤 바로 통치를 시작했던 사울과 달리(삼상 11:1), 다윗은 헤브론에서 왕위에 오르기까지 길고도 어려운 도제 기간을 거쳤다. 다윗의 공적인 첫 성공은 이스라엘의 군사적 안정을 위협하던 골리앗을 죽인 것이었다. 군대가 귀환하는 길에 여인들이 기쁨으로 맞이하며 노래했는데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삼상 18:7)라고 했다. 그런데 이것이 사울을 노하게 했다(삼상 18:8). 다윗의 능력 때문에 자신과 나라가 얼마나 큰 혜택을 입었는지를 깨닫지 못하고, 사울은 다윗을 하나의 위협으로 간주했다. 사울은 초기에 다윗을 없애야겠다고 결심했다(삼상 18:9-13). 그래서 사울은 결국 다윗이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힘들게 사울을 피해 다니며 유랑 길에 오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도록 경쟁을 시작했고, 사울은 추적대를 데리고 10년 동안 유다 광야를 헤매고 다녔다.
사울을 죽일 기회가 주어졌을 때도 다윗은 권좌는 자신이 취할 자리가 아닌 것을 알고 그를 죽이길 거부했다. 권좌는 하나님이 주셔야 할 하나님의 권한이었다. “오직 재판장이신 하나님이 이를 낮추시고 저를 높이시느니라”(시 75:7). 다윗은 사울이 수치스러운 방식으로 행동할 때조차도 하나님이 사울에게 주신 권위를 존중했다. 이것은 오늘날 까다로운 상사 밑에서 일하거나, 또는 자신의 리더십이 인정받기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교훈을 준다. 비록 우리가 하나님에 의해 특정한 일이나 자리로 부름받았을지라도, 이것이 곧 우리가 기존 권위를 부정함으로써 권력을 잡아도 된다고 공적으로 인정해 주신 게 아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자신이 보스가 되기를 바라신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이 자기 힘으로 그 과정을 서둘러서 권력을 쥐려고 한다면, 권력이 승계될 때마다 혼란이 따라올 것이다. 하나님은 오래 참으시니 우리도 다윗이 한 것처럼 오래 참아야 한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가 하길 원하시는 일을 하는 데 필요한 권위를 그분의 시간에 주실 것을 신뢰하는가? 일터에서는 더 큰 권위를 갖는 데 필요한 일을 완수하는 게 소중하다. 상사를 찍어 내거나 자기 동료를 밀어냄으로써 조기에 그런 권위를 쥐는 것은 동료와 신뢰를 쌓지 못할뿐더러 하나님에 대한 신뢰도 증명해 보이지 못한다. 때로는 당신에게 필요한 권위를 받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느낌이 들 땐 절망스러울 수도 있으나, 진정한 권위는 우리가 쥘 수 있는 게 아니라 오직 허락되는 것이다. 다윗은 하나님께서 그 권위를 그의 손에 쥐어 주실 때까지 기꺼이 기다렸다.
성경 주석